-
이해의 문제, 의지의 문제
종종 손가락에 힘이 빠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꼭 이런 날엔 일이 몰리거나 문제를 만날 때가 많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것이 모이고 모여 나를 찾아온다.. 아니, 그렇게 모여 덩치를 키워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발견한다는 건 문제가 아니라 내쪽이 되니까.. 그렇게 만난 문제는 갈길을 잃은 자신을 어떻게든 해주기를 기다린다. 내 앞에 딱 서서.. 정말 곤란한 상황이다. 어쨌건 이 상황에 변화를 줘야만 한다. 집중하자.
-
누군가의 아침
반쯤 떠진눈으로 뜨거운 물을 올리고, 원두를 가는 소리에 정신이 조금은 돌아올때쯤 냉장고 야채칸에서 사과 하나를 꺼냈다. 무농약으로 키운 아빠의 사과는 껍질채 먹어야 제 맛, 다 갈린 원두의 향이 코끝을 자극할때쯤 베이글을 반으로 잘라 토스터기에 넣고 스프를 넣어둔 컵에 뜨거운 물을 따라본다. 퉁~ 조용한 정적을 깨며 다시 나타난 베이글엔 크림치즈를 척척 발라내 책상으로 가져온다. 사과 한 입, 베이글 한 조각, 그리고 스프 한 모금, 조금은 과 해 보이는 아침이 그렇게 정리 될때쯤 다시 한번 뜨거운 물을 올리고, 원두를 드리퍼에 탈탈 털어 천천히 뜨거운 물을 내리며 잘 부풀어 오른 커피빵을 보며 한쪽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걸 느낀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 한다.
-
just-record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문득,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하고 있는 일은 괜찮은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과는 어떤지 그리고 가슴속에 늘 가지고 다니던 작은 약속들까지 하나하나 풀어 놓다보니, 정리 해야할 것들이 잔뜩 나왔다. 어떤건 잘라내고, 어떤건 다시 정리해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기도 하고, 새로운 계획도 추가했다. 불안함과 두근거림은 파도와 같아서 두근거림이 코앞까지 왔다 싶으면, 불안함이 얼굴을 불쑥 내 밀기를 반복한다. 이러다가 심장이 터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보지만, 괜찮겠지 뭐.
-
그리고 다시 봄
이 순간이 조금 오래 지속 됐으면 좋겠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 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순간으로 가득 채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왔다. 얼어 있던 땅을 녹이고 초록이 조금씩 얼굴을 보이는 시작의 계절을, 기분 좋은 욕심으로 가득 채우고 싶던 생각을 단번에 날려버린 사건으로, 조금 비틀 거리고 있는 요즘,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내 삶의 방향에 대해 또 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끊임 없이 의심하고 확인하고 수정하며, 방향을 재확인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늘 어렵단 말이지. 조금 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 포기 하진 않겠지만, 싹뚝싹뚝 가지치기가 필요한 순간.